우리들의 이야기

부모와 자녀

지기
2021.05.12 11:40 91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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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내와 식사를 하러 음식점에 갔을 때 옆 식탁에서 청년 3명이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청년들이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데 3명이 각자 계산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녀에게서 요즘에는 각자 계산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막상 각자가 따로따로 계산하는 모습이 낯설었습니다. 어렸을 때 서양에서는 더치페이(Dutch pay)로 비용을 각자가 계산한다고 할 때 너무 신기하고 이상했었는데 요즘 세대는 각자 계산(1/n)이 너무 자연스러워보였습니다.
그러면서 가정과 가족을 생각해보았습니다. 부모세대는 가족의 소중함을 알고 가족에서 힘을 얻는 혈연주의가 강하지만 자녀들은 가족보다는 울타리라는 가정에 의미가 더 있어 보입니다. 자녀세대는 혈연주의보다 울타리로 서로가 서로의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아침 모임에서 토론하는 가운데 부모세대는 가족이라는 정(情)이 핵심이지만 자녀들은 가정이라는 선(線)으로 서로간의 거리와 역할을 중시하기 때문이라는 정과 선이라는 정의를 해보았습니다. 부모세대는 더치페이는 할 수 없는 정(情) 문화이지만 자녀들은 1/n이 공평하고 공정한 나눔을 지키는 선(線) 문화로 대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정과 선을 확장해 보면 한국은 정문화의 가족이기에 혈연으로 양자는 들일지언정 입양은 어렵지만 서양은 성인이 되면 서로의 선이 있는 가정이기에 입양에 어려움이 적어보입니다. 서로 모임을 마치고 헤어지거나 전화통화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도 부모세대는 인사를 몇 번해야 마무리되지만 자녀세대는 인사한번으로 갈무리 할 수 있습니다.
요즘처럼 길어지고 있는 코로나 시대에서 자녀세대의 나누고 개인적인 선 문화가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코로나가 지나고 나면 우리들의 일상생활의 일상성이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는가에 대한 궁금함이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의 생활로 완전히 돌아갈 수 없음은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그 가운데 우리가 적응할 수 있는 범위는 얼마가 될까 생각해 보면 부모세대의 정 문화도 일정부분은 자녀세대의 선 문화로 이동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부모와 자녀의 정과 선 문화를 알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무작정 이해하자는 것이 아니라 부모세대는 정 문화라는 것을 자녀들이 알고 이해하며, 자녀세대는 선 문화라는 것을 알고 받아들인다면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넓어질 것입니다. 부모와 자녀간의 그 넓이와 다른 차이를 알고 서로의 궁금함을 물어보면서 받아들인다면 새로운 공감대의 형성으로 이해하고 수용하게 될 것입니다.
부모와 자녀간의 공감대와 공유하는 추억이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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