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

유두리

지기
2023.04.07 14:46 60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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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옆 자리 젊은이들이 식사비용을 각자 나누어 계산하고 나가는 것을 보았다. 기성세대에도 더치페이(Dutch pay)라는 말이 있었지만 모임에서 나온 비용을 참석하는 수만큼 거두어 내는 것은 익숙하지 않아 대개 모임을 주선한 사람이 부담하였다. 그리고 참석자들은 다음 기회에 돌아가면서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젊은 세대는 1/n(number)로 참석한 사람 각자가 자기 분량만큼 각자 그 자리에서 계산한다.
처음 1/n로 계산하는 것을 보았을 때는 어색해서 서로 돌아가면서 내면 되지 그렇게 정확하게 나누고 각자가 계산하는 것이 번거롭지 않느냐는 말을 하였다. 그러면 다음 만날 때 만나는 사람이 다를 수 있고 먹는 음식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공평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 부분은 기성세대 또한 공감되는 문제이지만 조금은 손해를 보는 것 같고 이익을 보는 것 같아도 그 정도는 용인되는 여유가 있었다.
기성세대는 사람이 유두리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유두리는 “그때그때의 사정과 형편을 보아 일을 처리하는 재주. 또는 일의 형편에 따라 적절하게 처리하는 재주”로 사람마다 때마다 형편과 사정이 있기에 여유가 있는 완충부분이 그만큼 있다는 말이다. 그러기에 모두 정확하게 공평하지 않지만 여유가 있었다. 물론 맺고 끊지 못하는 불분명함이 있지만 그만큼의 공감대가 넓었다.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의 그런 유두리가 싫어서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젊은이들의 1/n은 개인적 수리로 정확하게 계산하지만 인성적으로 함께 서로 살아가는 공감의 영역이 좁아졌다. 그들의 생활방식이기에 이해를 못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나의 수리적 정확성과 다른 사람의 인성적 정확성이 다르기에 그만큼의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자기는 수리적으로 그렇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이 감성적으로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느냐, 내가 틀렸느냐면서 SNS에 올려 다른 사람의 의견을 구하고 이를 다시 퍼 나르면서 갈등이 이어진다. 그에 대한 답도 역시 수리적인 사람과 인성적인 사람들의 자기 주관적 표현이기에 사람이 살아가는 부분에 대한 답은 일치하지 못하고 있다.
1/n로 식사한 분량만큼 수리적으로 계산하다보니 정확하고 분명하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인성적인 공감이 약해졌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기에 서로와 부딪치며 나의 약함과 강함이 바로서야 함에도 정확하게 손해를 계산한다면(대부분 이익은 정확하게 계산하지 않고 넘어 가기에) 우리 갈등은 더 증폭될 수밖에 없다.
이 갈등은 개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에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 문제에서 확대되고 증폭된다. 생활방식의 변화가 공감 폭을 넓히지 못해서 생겨난 갈등이다. 서로의 생활방식을 이해하고 인정한다면 갈등을 좁힐 수 있는 인간적인 냄새의 방법도 떠오를 수 있을 것이다.
1/n이 잘못되었다, 좋다가 아니다. 기성세대는 개인적 수리 방식으로 계산은 못하지만 젊은세대가 살아가는 공평하고 정확한 방식의 변화도 받아들이는 마음과 젊은세대는 수리적인 면에서 정확하고 공평한 계산으로 인성적인 면에서 완충 부분이 적어 깨지고 다쳐서 갈등이 커지는 것을 넘어서 함께 사람이 살아가는 냄새 또한 받아들이는 유두리로 갈등의 폭이 줄어들면 좋겠다.
광에서 인심난다고 우리의 수리적이고 인성적인 폭을 조금 넓혀 함께 살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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